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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냄의 미학(美學)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2-10-01 14:30:07
  • 조회수1526
  • 날짜2022-10-02

  어느 중년의 여성도님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쓴 편지글의 일부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짧은 머리를 한 채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무척이나 마음이 안쓰러웠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자랑스러운 군인이기에 부모로서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는 너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구나.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주신 너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고, 기쁨이었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어린 꼬맹이였던 네가 이제 군인이라니 믿어지지 않는구나. 집에 돌아온 후, 네 방을 보면서, 너의 흔적들을 보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허전하구나. 훈련을 잘 받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네가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군에 들어갔기 때문에 염려의 마음이 순간순간 닥쳐옴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아무쪼록 몸 건강하게 훈련기간을 잘 지내기를 소망하며 기도드린다. 잘 지내거라. 보고 싶은 아들아…….

 

  갓난아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양육했던 자녀가 내 곁을 떠난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큰 허전함과 상실감을 가져다줍니다. 아들에게 보내는 중년 여성도님의 글에서 보듯 절절히 드러나는 자녀에 대한 애틋함은 부모이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야 할 군대이고, 또한 당연히 부모로서 대견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자녀를 떠나보내는 상황을 접하고 보니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듯한 허전함이 있습니다. 자녀가 성장하면 대학입학, 군 입대, 직장, 결혼 등으로 인해 자녀와의 떨어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녀와의 이 ‘헤어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첫 번째, 헤어짐의 염려와 허전함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자녀의 어린 시절의 모습 등 확고한 기억은 오랜 세월과 상관없이 명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녀가 열 살이든 예순 살이든, 미흡하든 성숙하든, 부모에게 자녀는 언제나 ‘어리고 돌봐 주어야 할’ 존재로 인식됩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보살펴 주었던 존재를 떠나보낸 후 느끼는 걱정과 염려의 마음은 부모에게 있어 지극히 당연한 모습입니다. 자녀를 떠나보낸 허전함의 기저에는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존재하지만, 중년기에 겪는 ‘역할 상실’이라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역할 상실’이란 과거 젊은 시절의 과업 지향적인 관계에서 행해지던 역할들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중년기에는 생애 주기적으로도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양육자의 역할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러 이유로 떠난 자녀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그동안 헌신적으로 돌보았던 자신의 역할에 대해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를 일컬어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이는 애정의 보금자리로 생각했던 가정이 자녀가 떠나간 후 빈 둥지로 전락하고 자신은 빈껍데기 신세가 되었다는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이는 자녀 양육의 역할을 주로 담당해온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빈 둥지 증후군은 자녀에게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였던 부모,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부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한 사람, 자녀가 한 명일 경우에 더욱 심하게 겪을 수 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인류를 괴롭힐 질병 2위로 빈 둥지 증후군을 꼽았습니다. 그만큼 이 땅의 많은 사람이 자녀와의 헤어짐으로 인하여 힘들어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녀에게 ‘올인’하였던 부모의 염려와 허전함이 특별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마음이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취업, 결혼 등으로 인해 자녀를 떠나보내는 중년기에 느끼는 걱정스런 감정과 상실감은 보편적으로 생겨나는 마음임을 인식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자녀를 ‘떠나보내야’ 합니다.

 

  자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공간적인 이별’을 넘어서 심리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5장 31절에는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는”, 부모로부터의 분리와 이별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성장하여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또 다른 가족을 이루는 것은 하나님이 부모에게 주신 삶의 중요한 과업입니다. 만일 자녀가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없다면 온전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 자녀가 부모를 완전히 떠나 그들이 이룬 가정과 사회의 주체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게 만드는 핵심은 자녀가 아닌, 부모에게 더욱 달려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고 도움을 주는 가운데, 자녀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내린 결정이 부모가 보기에 설령 미흡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자녀가 선택한 것이기에, 참견하거나 반대하고 싶은 생각이 불 일 듯 일어날지라도, 마음을 다해 참고 인정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장성한 자녀가 이제는 내 곁을 떠날 때,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를 온전히 ‘떠나보낸다’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바쳐 성장시킨 자녀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냄의 미학(美學)은 떠난 자녀의 상황을 참견하고 싶어도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자녀가 인생의 문제를 헤쳐 나감에 있어 부모가 영향을 주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 문제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그들을 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뒤에서 기도해 주고 격려해 주며, 자녀가 진정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 따스하고 지혜롭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요, 떠나보냄을 온전하게 실천하는 크리스천 부모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녀를 떠나보내는 것은 하나님께 온전히 그 자녀를 맡기는 것입니다. 결코 그들이 우리의 자녀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있는 동안 잠시 하나님께서 맡기신 선물이기에, 당연히 우리는 원래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그들을 맡기는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께서는 아들 예수를 십자가의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완전한 이별과 아픔을 통해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녀의 떠나보냄은 우리에게 주신 또 다른 선물이요, 은혜입니다. 비록 자녀를 떠나보냄으로 인해 말 못 할 허전함과 슬픔이 여러분을 엄습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을 떠나보냄으로, 그들을 하나님께 보냄으로, 그분이 주시는 은혜의 단비를 누리시는 믿음의 부모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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