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식>은 신문편집부에서 발행하는 교회 소식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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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호 미로를 걷는다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17-09-29 11: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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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식 2017-18호
미로를 걷는다
그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미로 공원이었습니다. 일행의 권유에 하는 수 없이 함께 들어갔으나, 들어서자마자 성큼성큼 앞서 걸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 미로쯤이야... 나눠준 지도는 보지도 않고 가방 깊숙이 넣어 뒀습니다. 3개의 미로가 있었고, 예상대로 2개의 미로를 수월하게 빠져나갔습니다. 어느새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이리저리 혼자 뛰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한 개의 미로에서 말 그대로 미로가 시작됐습니다.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왼쪽 길을 선택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다시 만난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했는데 또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길은 왼쪽 또는 오른쪽, 아니면 막다른 길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겁도 좀 났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는 그 느낌이 썩 좋지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뒤꽁무니에 아이 둘이 따라붙었습니다. 초등학생 누나와 유치원 남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남매였습니다. 발걸음을 조금 재촉해 달리면 아이들도 따라 달리고, 지쳐서 천천히 걸으면 또 천천히 따라왔습니다. 미로 안에서 한참을 헤맨 듯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불안함이 가득했습니다. (자기들과 같은 처지인 줄도 모르고) 이 어른이라도 붙잡아야 되겠다 싶었던지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모르는 척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보폭으로 앞장서 걸어주었습니다.
3개의 미로를 합친 길이가 5km 정도 된다는데, 빙빙 돌다 보니 그 거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지쳐갈 즈음, 그제야 가방 깊숙이 넣어둔 그것이 생각났습니다.
이 길이 맞는가
당장 지도를 꺼냈습니다. 인쇄된 미로 그림에서 출구를 찾아 볼펜으로 그어나갔습니다. 조심스럽게, 신중하고 겸손하게. 길을 표시하긴 했는데, 지도에서 나의 현재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확인했을 때, 이제는 지도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이 맞는가, 계속 확인해 가면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던 길이 제자리도 아니고 막히지도 않는다 싶더니, 단번에 미로를 빠져나갔습니다. 좀전까지 헤맨 것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순식간이었습니다. 내가 길을 찾아낸 게 아니라, 마치 길이 내게 길을 내어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미로를 빠져나왔다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출구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만난 것입니다. “너희들끼리 맘대로 가면 어떡해! 여기 미로잖아!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에게 혼이 나서 우는 건지 엄마를 만나 안심이 돼서 우는 건지 혹은 둘 다인지... 지도가 없는 사람은 지도를 가진 사람의 뒤꽁무니를 좇아서라도 목적지에 당도해야 한다는 게 오늘의 교훈이랄까. 아무튼 엄마를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슬쩍 뒤돌아보니, 엄마가 아이들을 품에 꼬옥 안아주는 게 보였습니다.
막다른 곳이 아니었다
종종 지도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실제로 얼마간은 지도 없이도 잘 될 수 있습니다. 산전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본 경험으로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은 인생길 위에서 지도를 가졌는가는 실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 전체적인 지형,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지도가 말해줍니다. 지도를 가졌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지도를 손에 쥐고 성실하게 따라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태초에 인생을 창조하신 분이 계시고, 그분께서 인생이 마땅히 가야 할 길에 관한 모든 것을 성경에 드러내셨다면, 성경은 자신만만해서 가방 깊숙이 넣어버릴 미로 공원의 지도 같은 것일 수가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다가 천국이라는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도록, 성경이 길잡이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왼쪽, 오른쪽, 막다른 곳의 세 갈래 길에서 왜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왔던 것인지, 지도를 보고야 알았습니다. 막다른 길이라고 짐작했던 곳은 막다른 길이 아니었습니다. 미로답게 길은 교묘히 숨겨져 있었고, 흘낏 보고는 막혔구나 판단하고 돌아 나왔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많은 막다른 길과 아주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지도를 확인했다면? 돌아 나올 길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았겠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길은 정말로 막다른 길이어서 속히 돌아 나와야만 하는 길도 있습니다. 그런 길 앞에서 지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어느 문을 열어 주시는가? 어느 문을 닫으시는가? 오류가 없는 인생의 지도, 성경이 알게 해 주십니다.
신문편집부